기억의 밤 (Forgotten) 2017 : 형제가 서로를 의심한다
서로를 끝없이 의심하고 지켜보는 두 형제의 이야기
새 집으로 이사 온 날 밤,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던 형 유석(김무열)은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되고 만다. 사건 이후 동생 진석(강하늘)은 형이 납치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매일 밤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며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형을 잃어버린 후의 삶은 마치 악몽 속을 걷는 듯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진석은 형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형이 납치된 지 19일째 되는 날, 유석이 기적적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유석은 그동안의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유석의 귀환은 기쁨과 안도감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진석은 형이 어딘가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형의 행동과 말투, 심지어 눈빛까지도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진석의 의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형 유석이 매일 밤 집을 떠나 어딘가로 사라진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형을 몰래 뒤쫓던 진석은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던 형 유석이 더 이상 예전의 그 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에 사로잡힌다. 진석은 유석의 기억 속에 감춰진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두 남자의 엇갈린 기억 속에 숨겨진 끔찍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선다. 과연 두 형제는 진실을 마주하고 과거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기억의 조각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숨겨진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누군가 내게 최면을 걸었다
진석(강하늘)의 의심은 사실 최면에서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 진석에게 최면을 걸어서 유석(김무열)과 함께 사는 가족을 진짜 가족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최면에 완벽하게 속지 않는다. 계속 반복해서 최면 치료를 진행한다면 거짓을 진짜라고 믿을 수 있지만, 진석에게 걸린 최면은 완벽하지 않았다. 납치를 당했다가 돌아온 유석은 자꾸 이상한 행동을 반복한다. 밤마다 집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 뒤를 몰래 뒤쫓았던 진석은 유석이 수상한 사람을 만나는 장면을 목격한다. 진석이 목격한 수상한 사람은 유석이 납치되었을 때 집에 찾아왔던 형사였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진석은 집에 돌아와 자신이 본 것을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는 다음날 아빠와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며 진석을 안심시킨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집에서 다시 만난 형은 오히려 진석을 걱정하며 약을 먹었느냐 묻는다. 진석이 목격했다고 생각한 건 전부 상상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약을 먹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진석은 점점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형에 대한 의심을 멈출 수가 없다. 최면에 걸린 진석이 언제쯤 현실을 깨닫고 자신이 속고 있다는 걸 알게 될지, 지켜보는 내내 긴장되고 흥미로웠다.
내가 믿고 있는 건 진짜일까? - 감상평
내가 진석처럼 최면에 걸렸고, 내 가족과 내 삶이 전부 거짓이라면 어떨까? 내가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이 사실은 가짜이고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 또한 가짜라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내 마음이 멀쩡할 수 있을까? 인간의 뇌는 최면에 완벽하게 속지 않는다. 하지만 속는다는 사실에 변함은 없다. 최면에 걸려서 가짜를 진짜라고 믿은 채 삶을 살아간다면,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어떻게든 믿으려고 할 것이다. 내가 최면에 걸렸다는 걸 깨닫고 현실을 파악할 때까지, 가짜에게 마음을 쓰고 시간을 쓸 것이다. 최면에 걸린 진석이 유석을 수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유석으로 형이라고 믿고 ‘내가 틀린 건 아닐까’ 의심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 역시 진석과 같은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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